2018년3월13일 (Wbur : 미국의 의료 비용이 세계에서 가장 높은 이유는 무엇입니까? '가격이 문제야, 바보야')
미국의 의료비 지출은 다른 선진국에 비해 거의 2배나 많은 1인당 연간 1만 달러를 넘어서 GDP의 약 18%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그 원인을 분석한 하버드 연구진은 고(故) 우베 라인하르트 교수가 15년 전 제기한 "가격이 문제"라는 주장이 맞다고 확인했습니다.
의사 진료비, 수술비, 의약품 가격 등 미국의 의료 서비스 가격이 타국에 비해 현저히 높기 때문에 총 의료비 지출이 많다는 것입니다. 불필요하거나 과도한 의료 서비스 이용, 행정 비용 등은 부차적 요인에 불과하다고 합니다.
실제 데이터를 보면 미국의 의약품 지출은 1인당 1,443달러로 세계 최고 수준입니다. 심장우회술 비용은 평균 75,345달러로 네덜란드(15,742달러)나 스위스(36,509달러)를 크게 앞섭니다. CT 촬영 비용도 미국이 896달러로 캐나다(97달러), 네덜란드(279달러), 호주(500달러)보다 훨씬 비쌉니다.
의사 수입도 마찬가지입니다. 미국 일반의는 연평균 218,173달러로 11개국 평균의 2배에 달하고, 전문의는 316,000달러로 스웨덴(98,452달러), 호주(202,291달러)를 크게 웃돕니다. 간호사 급여 수준도 다른 나라보다 월등히 높습니다.
따라서 미국 의료비 급증의 주범은 서비스 가격이지, 그동안 지목됐던 불필요한 의료 서비스 남용이 아니라는 게 연구진의 결론입니다. 물론 관상동맥우회술, 혈관성형술, 무릎관절치환술, 제왕절개술 등 일부 시술의 빈도가 높고 MRI, CT 촬영 건수도 많은 건 사실입니다.
하지만 전체적으로 보면 미국인의 의료 서비스 이용률이 특별히 높지 않습니다. 심근경색, 정신질환, 폐렴, 만성폐쇄성폐질환 등으로 인한 입원율은 다른 나라와 비슷한 수준이고, 고관절치환술이나 자궁적출술 빈도는 오히려 낮은 편입니다. 입원 기간도 대체로 짧고, 병원 진료에 대한 총지출 규모는 캐나다를 제외한 대부분의 국가보다 적습니다.
또 다른 통설과 달리 미국의 전문의 비율은 다른 선진국과 큰 차이가 없었습니다. 노령 인구 비중도 오히려 가장 낮은 수준이어서 인구 고령화로 의료비 급증을 설명하기도 어렵습니다. 의사의 학자금 대출 부담이나 의료사고 소송 등도 높은 의료 수가를 충분히 설명하지 못합니다.
미국의 의료 행정 비용이 총 지출의 8%로 대부분 국가(1~3%)보다 높기는 하지만, 이는 의료비 급증의 주된 원인이 되기에는 부족해 보입니다. 결국 관건은 터무니없이 비싼 의료 서비스 가격이라는 데 귀결됩니다.
그렇다면 왜 미국은 유독 의료 물가가 비쌀까요? 전문가들은 시장 경쟁 원리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미국 의료 시스템의 구조적 문제를 지적합니다. 소수 대형 병원이 시장을 과점해 가격 결정력을 갖고, 영리 추구 제약사들은 약값을 키우며, 복잡한 의료보험 체계는 소비자의 가격 감수성을 떨어뜨립니다. 정부와 보험사의 통제력이 미약한 가운데 의료인들은 수가를 올릴 유인을 갖게 됩니다.
반면 대다수 유럽 국가는 강력한 정부 개입으로 의료 가격을 통제하고 있습니다. 영국, 스웨덴 등은 의료인을 공무원으로 고용하고, 독일, 일본 등은 의사협회와 정부가 수가를 협상합니다. 의약품 가격 규제도 철저한 편입니다. 공공 의료보험이 보편화된 데다 법으로 의료 수가를 관리하기에 미국처럼 놀라운 의료 인플레이션이 나타나지 않습니다.
미국도 메디케어, 메디케이드 등 공공 의료보험으로 병원 수가를 일부 통제하지만, 민간보험에 적용되는 의료 서비스 가격은 거의 자유 방임 상태입니다. 오바마 케어로 의료 보장성이 확대되었지만 가격 통제는 미흡했기에, 향후에도 의료비 급증이 쉽게 꺾이기는 힘들 전망입니다.
문제는 미국의 천문학적 의료비 지출이 더 나은 건강 성과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기대수명은 OECD 평균보다 낮고 영아사망률은 높은 수준입니다. 반면 독일은 미국의 절반 수준으로 의료비를 절약하면서도 더 우수한 건강 지표를 보여줍니다.
물론 국가별 의료 시스템을 단순 비교하기는 어렵습니다. 하지만 최소한 미국식 고비용 의료가 최선은 아니라는 점을 알 수 있습니다. 의료비 급증이 교육 등 다른 공공 지출을 위협하는 상황에서, 근본적 처방이 절실한 때입니다. 정부의 적극적 개입으로 의료 자원의 효율적 분배와 건강 형평성을 높일 방안을 강구해야 할 것입니다.
무엇보다 모든 국민에게 적정 수준의 의료를 제공하는 것이 선진국의 책무라는 인식이 필요합니다. 주민의 건강한 삶을 지원하는 게 국가의 역할이라면, 의료 가격을 합리적으로 조절하고 필수 의료에 대한 접근성을 보장해야 할 것입니다. 의료의 공공성을 회복하기 위한 범국가적 노력이 요구되는 시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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